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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과 버튜버, 기대와 현실 사이
VR과 AR로 대표되는 XR(Extended Reality)은 수년 전부터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아왔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메타 퀘스트 3를 통해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고, 애플은 비전 프로를 통해 공간 컴퓨팅의 시대를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삼성과 구글이 합작해 만든 갤럭시 XR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메타를 중심으로 스마트 글래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버튜버 산업에서도 XR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팬들이동시에 같은 콘서트를 즐기고, 현실 공간에 버튜버를 소환해 함께 상호작용하는 미래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버튜버 산업에서 XR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VRChat이나 클러스터 같은 플랫폼에서 열리는 VR 콘서트로, 팬들이직접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 공간에 접속해 다른 팬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형태다. 이는 주로 중소 기획사나 개인 버튜버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참여형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VR 헤드셋뿐만 아니라 모션 캡처 장비로도 참여가 가능하며, VRChat의 경우 데스크탑으로도 접속할 수 있어 비교적 접근성이 높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화질이나 렌더링 퀄리티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가상 공간에서 진행된 공연을 일반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니지산지나 홀로라이브 같은 대형 기획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3D 가상 무대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2D 화면으로도 시청할 수있게 제공한다. 이는 VR 기기가 없는 팬들도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오프라인 공연 일정과도 병행하기 수월하다.
니지산지는 최근 HMD를 활용한 MR 콘텐츠를 테스트하며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실험하고 있다. 홀로라이브는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인 '홀로어스(holoearth)'를 개발 중인데, 여기서의 공연은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게임처럼직접 플레이하면서 관람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현재 VR 기기는 여전히 고가이고 착용감의 불편함, 어지럼증 같은 한계가 있어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XR의 미래는 무겁고 불편한 HMD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스마트 글래스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가벼운 안경 형태의 디바이스가 보편화된다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무거운 헤드셋을 쓰고 가상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현실 공간에 가상의 요소를 '더하는' 방식이다.
XR이 버튜버 콘서트와 이벤트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오프라인 콘서트에서의스마트 글래스 활용이다. 현재 버추얼 아이돌이나 버튜버의 오프라인 콘서트는 대부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보는 형태다. 무대 연출이나 조명, 음향 등 다양한 장치로 사실감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결국 2D 화면 속 캐릭터를보는 것이라는 한계는 명확하다. 하츠네 미쿠가 보여준 홀로그램 공연도 특정 각도에서만 입체감이 느껴지고, 모든좌석에서 완벽한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XR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관객 개개인이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한다면, 각자의 시야에서 진정한의미의 '홀로그램'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무대 위에 실제로 버튜버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이고, 어느 좌석에 앉아 있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버튜버가 관객석 사이를 걸어다니는 연출도 가능하며, 각 관객이 원하는 시점을 선택할수도 있다. 기존에는 스크린으로만 볼 수 있었던 버튜버를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훨씬 더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온라인 스트리밍에서의 HMD 활용이다. 현재의 온라인 스트리밍은 2D 화면으로 정해진 카메라 앵글만 볼 수있는 수동적 시청에 그친다. 화질도 완벽하지 않아, 특히 LED 스크린 앞에서 공연할 때 영상이 뭉개지거나 블러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HMD를 활용한 XR 스트리밍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가상 공간에 '존재'하며 입체적으로 퍼포먼스를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위치와 각도에서 자유롭게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정교한 공간 음향 기술이 결합되면,버튜버가 움직일 때 소리가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무대 위 여러 멤버의 목소리가 각각의 위치에서 들려온다.
이는 오프라인 공연에서도 느낄 수 없는, XR만의 독특한 가치다.
또한 AI과의 결합으로 언어 장벽도 해소된다. 실시간 AI 번역 기술은 일본어 공연을 각 팬의 모국어로 자막 처리해줄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버튜버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활용한 실시간 더빙도 가능해진다.
일본어로 하는 멘트를 실시간으로 한국어, 영어, 태국어 등으로 더빙하되, 버튜버의 음색과 톤은 유지하는 것이다.
XR 공간에서는 개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팬은 한국어로 들리는 목소리를, 미국 팬은 영어로 들리는 목소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자막이나 통역으로는 전달되지 않던 감정의 뉘앙스와 몰입감을 제공한다.
셋째, 라이브 뷰잉에서의 스마트 글래스 활용이다. 현재도 많은 버튜버 콘서트가 영화관에서 라이브 뷰잉으로 중계되고 있다. 일본 현장에 가지 못하는 팬들이 자국의 영화관에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이는 집에서 혼자 보는 것보다는 현장감이 있고, 다른 팬들과 함께 호응하며 콘서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그러나 여전히 2D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하며, 화질도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리얼타임 기반의 XR 기술을 라이브 뷰잉에 적용하면 완전히 다른 경험이 가능해진다. 영화관에 온 관객들이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면, 영화관 스크린을 넘어 입체적인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버튜버가 스크린 밖으로 나와 극장안을 돌아다니는 듯한 연출도 가능한 것이다.
역시 다른 언어권의 팬들에게 유용한 것은 실시간 자막 제공이다. 현재 라이브 뷰잉은 생중계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권의 경우 실시간 자막이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AI 기반 실시간 번역 자막을개인별로 제공할 수 있다면, 언어 장벽 없이 모든 팬들이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버튜버에게 XR은 당장은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버튜버의 본질은 실시간 소통과 친밀감, 그리고 안의 사람의 인간미에 있으며, 이것은 2D 화면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그러나 차세대 팬덤은XR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10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스마트 글래스를 쓰는 것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 시점에서 XR을 활용하지 못하는 버튜버와 기획사는 경쟁력을잃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XR 시대가 글로벌 버튜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버튜버 시장의 중심은 일본이다. 그러나 기술적 패러다임이 바뀔 때 시장 구도도 함께 재편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일본 만화 시장을 떠올려보자.
본 만화는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시장이지만 종이 출판 중심의 전통적인 방식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웹툰이라는 디지털 만화가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장의 흐름이 변화했다. 이제는 일본에서도 디지털 만화가 대중화되고 있으며, 이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버튜버 산업도 비슷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XR이 보편화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 형식에 빠르게적응하는 국가나 기획사가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K-POP의 퍼포먼스 기획력과 글로벌팬덤 관리 노하우를 버튜버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XR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 경험, 글로벌 팬들을 위한 언어 장벽 해소, 체계적인 IP 확장 전략 등에서 차별화를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여전히 강력한 IP와 팬덤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적 전환기에는 새로운 플레이어에게도 기회가 열린다. XR 시대는 버튜버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에 압도되지 않고, 기술을 활용하되 본질을 지키는 것이다. XR이 보편화되더라도, 결국 팬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사랑하는 버튜버와의 연결이다. 화려한 가상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대화이고, 최첨단3D 모델보다 중요한 것은 안의 사람의 따뜻한 인격이다.
XR은 이러한 연결을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버튜버 산업이 XR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XR은 단순히 '보는'경험을 '함께하는' 경험으로 바꿔줄 것이며, 이는 버튜버 산업의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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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DUCK
버추얼 크리에이터와 서브컬처 산업을 분석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버튜버, AI 캐릭터, 스트리밍, XR 시장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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